
현실에서 불리한 싸움을 치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뭘까요?

만화 진격의 거인에서 작중 인물 아르민이, 그 이유에 대해 깨닫는 장면이 있습니다.

아르민은 적은 늘 터무니없는 수법으로 우리를 공격해왔고.

우리가 놈들보다 불리한 위치에서 당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거인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죠. 그렇다면, 인간이 정보가 부족한 문제를 극복하고, 거대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시 상황이라 시간도 부족하고.

금방이라도 거대한 문제가 나를 덮칠듯하고.

심지어 문제의 정체나 약점도 모르는 상황이라면요?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생각을 성장시킬 줄 아는 정원사가 되어야 합니다.

생각은 나무와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도 생각을 나무에 비유했습니다.

그는 나무를 통해 생각을 눈에 보이듯이 쉽게 설명했는데요.

민스키는 사람은 눈 앞에 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억에서 이 나무를 꺼내서 사용한다고 말합니다. 그런데, 이상합니다.

기억은 과거니까요.

우리는 일상에서 늘 새로운 문제를 마주해야만 하는데, 과거 기억으로 어떻게 새로운 문제를 풀 수 있단 걸까요?

그 이유는 과거의 기억이더라도, 기억 사이의 연결 관계는 새로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스키는 기억 나무에서 가장 작은 생각 단위를 ‘행위자’라고 불렀습니다.

그리고, 이 행위자를 연결하는 선을 ‘K-라인’이라고 불렀죠.

K는 knowledge의 줄임말인데요.

지식 나무에서 가지에 해당하는 부분을 말합니다.

K-라인이 필요한 이유는 기억을 쉽게 끌어당겨쓰기 위해서입니다.

예를 들어, 거인이 쫓아오는 문제를 마주했다고 합시다.

거인이 뒤쫓아 오는 급박한 상황 속에선, 모든 행위자를 깨우는 게 아니라 필요한 행위자만 빨리 깨워야겠죠.

그런데, 문제를 마주칠 때마다, 행위자를 일일이 찾아 깨워야 한다면 느리게 생각이 떠오르겠죠.

이전에 어떤 문제를 잘 풀었을 때, 이와 관련된 행위자를 기억해두었다가 선으로 엮으면 일이 쉬워집니다.

그 경험을 많이 쌓을수록 선이 두꺼워지고 선을 빨리 찾기도 쉬워집니다.

이렇게 해두면, 비슷한 문제에 직면했을 때 기억의 선을 끌어당겨 필요했던 기억을 빨리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 선이 K-라인이죠.

사람은 K-라인을 조직해 기억을 나무 모양으로 체계화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합니다.

새로운 해결책은 새로운 생각의 행위자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 과거 경험을 새롭게 조합하면서 만들어집니다.

민스키는 천재는 특별한 게 아니라, 평범한 자질을 조합해 특별한 체계를 만들 줄 아는 사람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렇다면, 민스키는 특별한 체계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았을까요? 이를 이해하기 위해선 지식의 가지를 관리하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숲을 관리하는 정원사가 되어야 합니다.

이번 콘텐츠는 가지를 관리하는 방법 3가지에 대해 다룰 건데요.

첫 번째는 지식 나무의 뿌리와 가지를 관리하는 법.

두 번째는 지식 나무의 굵기를 관리하는 법.

세 번째는 지식 나무의 구조를 관리하는 법을 다룰 예정입니다.
1, 뿌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은 나무 구조를 만드는 것

복잡한 문제를 푸는 지식 나무는, 크게 2가지 부분이 제대로 잡혀 있습니다.

뿌리와 가지입니다.

정보라고 볼 수 있는 다양한 현상엔, 뿌리와 가지가 있습니다.

생각을 눈에 보이듯 설명한 학자 마빈 민스키는 지식 나무의 뿌리 쪽으로 갈수록 상위 행위자 역할을 하며. 가지에 가까울수록 하위 행위자 역할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민스키는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구조화된 생각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생각이 구조화되어 있지 않으면 모든 해결 가능성을 마구잡이로 찾으려다.

시간이 부족해질뿐더러 머리도 금방 지칠 테니까요.

하지만, 생각이 구조화되어 있으면, 해결 가능성이 낮은 경로를 가지치기하고.

필요한 부분에 빠르게 주의를 기울여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나무의 위아래

생각의 가지를 관리하는 첫 번째 방법은, 지식 나무의 위아래.

즉, 뿌리와 가지를 바로잡는 겁니다.

AI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빈 민스키는 뿌리에 가까운 생각일수록 상위 행위자, 가지에 가까운 생각일수록 하위 행위자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딱딱해 보이는 용어지만, 생각을 사회에 빗대어 보면 이해가 쉽습니다.

민스키는 생각을 ‘마음의 사회’에 비유했는데요.

저는 마음의 사회를 조사병단이란 군대 조직에 비유해 보겠습니다.

조사병단이 생각이라면, 조사병단은 거인이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복잡한 기억의 조직입니다.

조사병단의 경우 상위 행위자로 단장인 에르빈이 있습니다.

에르빈은 밑에서 직접 임무를 수행하기보다, 위에서 전략을 세우는 일에 능하죠.

상위 행위자인 에르빈은 말단에 있는 하위 행위자를 통솔합니다.

반면, 병장 리바이는 에르빈보다 하위 행위자입니다.

리바이는 에르빈이 기획한 추상화된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행하죠.

하위 행위자인 리바이는 인류 최강의 병사라 불릴 정도로 임무 완수 능력이 좋습니다.

상위 행위자와 하위 행위자가 제 역할을 못한다면,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에르빈이 짠 작전 자체가 거대한 문제의 숨은 본질을 꿰뚫지 못한다면.

또, 리바이가 불가능에 가까운 작전을 완수할 능력이 없었다면.

비슷한 문제가 계속해서 일어나겠죠.

진격의 거인엔 상위 행위자와 하위 행위자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생기는 문제를 생생히 보여주는 또 다른 장면이 있습니다.
리바이 vs 미카사

진격의 거인엔 리바이가 미카사에게 “작전의 본질”을 잊지마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본질은 무엇일까요?

지식 나무 관점에서 본질은 기획의 존재 이유를 말합니다.

왜냐하면, 결국 작전을 펼치는 이유는 현재가 만족스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격차를 줄여, 현재를 바라는 미래에 도달시키기 위해 작전이 필요하죠.

이를 위해 지식 나무엔 뿌리와 가지가 제대로 잡혀 있어야 합니다.

지식 나무는 뿌리가 맨 위에 있는 역트리 구조입니다.

지식 나무 상단에 있는 뿌리는 why입니다.

구체적 방법이 아니라, 추상적인 기획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정하죠.

반대로, 지식 나무 말단에 있는 가지는 how입니다.

추상적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구체적 방법을 의미하죠.

뿌리와 가지는 분리된 게 아니라, 긴밀히 연결되어 있습니다.

뿌리와 가지가 제대로 소통하지 못 한다면, 또 다른 문제가 생길 위험이 있죠.

때문에, 리바이는 ‘작전의 본질’을 잊지 말라며, 미카사에게 작전의 목적과 존재 이유를 상기시킵니다.

리바이가 세운 작전의 ‘본질’은 여성형 거인에게서 납치당한 에렌을 되찾는 데 초점 맞쳤습니다.

이 목적에 도달하기 위한 ‘형식’을 리바이는 2가지로 나눕니다.

미카사가 여성형 거인의 시선을 끌고, 리바이 자신이 여성형 거인을 베어내 입 속에 있는 동료를 탈환하는거였죠.

하지만, 하위 행위자인 미카사는 리바이가 세운 작전의 ‘뿌리’를 따르지 않습니다.

미카사는 납치당한 친구 에렌을 되찾기 보다, 여성형 거인을 죽이려하죠.

리바이가 보기엔 여성형 거인 제거는, 잘라내어야 할 죽은 ‘가지’였습니다.

왜냐하면, 리바이는 여성형 거인은 경화 능력이 있어, 지금 가진 무기로는 죽일 수 없단 기억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미카사는 독단으로 여성형 거인을 공격하려다 되려 크게 다칠 뻔합니다.

다행히, 리바이가 미카사를 구해주었지만, 리바이는 발목이 골절되고 말죠.
작전의 뿌리와 가지를 연결하자

이처럼, 작전의 뿌리와 가지가 제대로 연결되어 있지 않다면, 문제를 풀려다 오히려 복잡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때문에, 작전의 본질과, 본질에 도달하기 위한 형식이 잘 어우러져야하죠.
2, 굵기
가지의 굵기

생각의 가지를 관리하는 두 번째 방법은, 생각에 단단한 가지와 유연한 가지를 적절한 비율로 섞는 겁니다.

앞선 영상에서 말했듯 복잡계 과학자 카우프만은 이 상태를 ‘혼돈의 가장자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질서와 혼돈이 적절히 섞여, 새로운 전체가 된 상태죠.

이 상태에선 부분에서 볼 수 없었던 한 차원 높은 새로운 성질이 만들어집니다.

혼돈의 가장자리는 도달하기 어렵지만, 이 상태에 도달한 지식 나무는 환경 변화에 맞춰 스스로를 변화시켜 적응합니다. 하지만, 혼돈의 가장자리에 도달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경험이 쌓일수록 생각이 뻣뻣한 가지가 되기 쉬우니까요.

생각이 뻣뻣해지는 이유는 ‘투자 원리’ 때문입니다.
생각의 적, 투자 원리

‘투자 원리(The Investment Principle)’는 오래된 발상이 새로운 발상보다 중요하게 여겨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마빈 민스키는 투자 원리를 지식 나무와 연결 지어, 오래된 발상이 투자받은 굵은 줄기와 같다고 말합니다.

오래된 발상이 새로운 발상에 비해 그 발상을 활용하는 법을 더 많이 익혔을 테니까요.

오래되었을수록 생각의 가지가 단단하고 두껍게 발달하겠죠.

반면, 새로운 발상은 이제 갓 돋아난 연약한 가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발상은 오래된 발상에 비해 늘 불리한 싸움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무언가에 성공한 경험이 많아질수록 가지가 점점 굵어지게 되고, 자연히 그 오래된 가지만 활용하게 되니까요. 이 과정이 반복되면, 늘 하던 대로만 생각할 위험이 있습니다.

오래되어 뻣뻣하게 경직된 발상은, 큰 문제에 맞닥뜨리면 부서질지도 모릅니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도, 익숙하기 때문에 이 오래된 가지를 계속해서 붙잡고 놓아주지 못하는 거죠.

민스키는 그러지 말고, 새로운 가지에도 기회를 주라고 조언합니다.

새로운 가지는 연약하지만, 문제가 막혔을 때 대처할 다른 새로운 경로를 뚫어주기 때문입니다.

진격의 거인에서 다른 병사들이 아르민을 보고 네 직감 따위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고 말했을 때, 에르빈은 아르민 손을 들어주었듯이 말이죠.

에르빈은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병사의 원리원칙에 따라 최선을 다하라고 말합니다.
에르빈의 투자

조사병단의 에르빈 단장은 신병에 불과한 아르민에게 숨어 있는 적을 찾는 중요한 임무를 맡깁니다.

아르민이 맡은 임무는, 벽 근처에 숨어 있을 적을 찾는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를 풀어야 했던 이유는 조사병단이 기습으로 전속력을 다해 적진에 도착했는데,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흔적은 있었습니다.

아직 식지 않은 철제 잔이 있었죠.

이 말은 적어도 5분 전에는 적이 조사병단의 접근을 알아채고, 그에 대비할 시간도 충분한 장소에 숨었다는 겁니다.

만약 아르민이 이 수수께끼를 풀지 못한다면, 적진에서 장기전을 치러야 해 상황이 불리해집니다.

이렇게 중요한 임무인데, 에르빈은 왜 아르민에게 기회를 주었을까요?

아르민은 상식이란 굵은 가지에만 묶여 있지 않은, 새로운 가지였기 때문입니다.

적은 조사병단에 비해, 정보가 많은 상황입니다.

적은 거인에 대해 잘 알 뿐더러, 미리 결투를 치를 전장에 도착했기에 준비할 시간도 많았죠.

적 입장에서는 당연히 정보가 많다는 이점을 활용합니다.

또, 적은 정보가 부족한 상대가 상식이란 굵은 가지를 활용하길 기대하겠죠.

처음엔 정말 상황이 적의 예상대로 흘러갔습니다.

조사병단이 벽 근처에서 적을 찾지 못하자, 아르민은 벽 근처에 있는 집을 조사하기 시작했죠.

하지만, 아무리 찾아봐도 벽에도, 벽 근처 집에도 적이 없었습니다.

아르민은 끝장이라고 생각했지만, 오래된 발상과 새로운 발상을 뒤섞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냅니다.

아르민이 처음 떠올린 굵은 가지는 ‘벽 속엔 공간이 없다’는 상식이었습니다.

벽은 거인이 경질화로 통째로 만든 결과물이라, 일반 무기로 흠을 낼 수 없었죠.

하지만, 이전 전투에서 여성형 거인이 경질화로 벽에 구멍을 뚫어, 벽 안에 살아 있는 거인이 숨겨져 있었다는 사실이 우연히 밝혀졌죠.

이 사건은 아르민이 지녔던 오래된 생각의 가지에, 새로운 가지를 틔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만약, 적이 우리가 벽 안에 숨은 거인을 봤다는 사실을 모른다면?’ 당연히 적은 이 사실을 이용하려고 할 겁니다. 사람은 상식이란 굵은 가지만 쓰려 하니까요.

아르민은 이 굵은 가지에서 새로운 가지를 틔워내기 위해, 계속해서 스스로 질문합니다.

‘만약, 적이 이 사실을 이용한다면?’ “상황을 지켜보며 언제든지 대응할 수 있는 사각지대가 있다면?” 아르민이 오래된 발상과 새로운 발상을 조합해 얻은 답은 ‘벽 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상식에 얽매인 조사병단 대원은 신병인 아르민 말을 믿지 않았죠.

다행히 에르빈은 아르민 발상에 힘을 보탰습니다.

에르빈 역시 아르민의 발상처럼, ‘때로는 엄격하게, 때로는 유연하게 행동하라’라며 군대 조직의 위계를 재편집했습니다.

덕분에 아르민의 발상은 실행되었고, 예상은 적중해 조사병단은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갈 수 있었습니다.
새로운 발상에도 기회를 주자

조사병단이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새로운 발상에도 기회를 주었기 때문이었죠.
3, 구조
가지의 복잡함

생각의 가지를 관리하는 세 번째 방법은 구조를 관리하는 겁니다.

복잡도가 낮을 때는 연쇄 연결로도 충분하지만, 복잡도가 높을 때는 병행 다발로 정보를 조직해야 합니다.

연쇄 연결(a chain)은 정보를 선으로 잇는 것을 말하며, 병행 다발(a parallel bundle)은 정보를 다발로 잇는 것을 말하는데요.

인지과학 분야의 대표 선구자인 허버트 사이먼 역시 이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발로 엮인 요소가 서로 결합하는 방식으로 복잡성이 안정을 얻는다고 보았죠.

그는 이 원리를 두 명의 시계공인 호라와 템푸스에 비유합니다.
단일 구조 vs 병렬 순환 조직

호라와 템푸스는 하나에 천 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시계를 조립해야 했습니다.

둘은 각자 시계를 조립하는 방법이 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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템푸스는 시계를 만들 때 부품을 일일이 이어서 조립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가 오거나 해서 손을 놓는 일이 생기면, 조립하고 있던 부분이 무너져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죠.

반면, 호라는 부품을 각각 10개씩 분류해 단계를 밟아 조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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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렇게 분류한 부품 다발을 다시 10개씩 묶어 더 큰 다발을 만들고, 마지막 10개 다발을 모아 완전한 시계를 조립했습니다.

덕분에 호라는 전화 때문에 작업이 갑자기 중단되어도 손해 보는 부분이 훨씬 적었죠.

허버트 사이먼은 마음이 작동하는 방식이 호라의 지혜를 따른다고 말합니다.

마음을 심리의 숲에 비유한 마빈 민스키 역시 사이먼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

민스키는 게임과 달리 조건이 고정되지 않고 수시로 방해와 변수가 발생하는 현실에선, 단일 구조보다 병행 다발로 생각을 조직하는 게 훨씬 유용하다고 보았죠.

가령, 템푸스는 여러 작은 생각의 행위자 천 개를 생각의 가지 한 개에 몽땅 이어 붙여 문제를 해결하는 구조입니다. 갑자기 걸려 온 전화 한 통으로 작은 생각 단 하나만 끊어져도, 생각의 조직 전체가 무너지는 구조죠.

반면, 호라는 생각의 가지 한 개에 작은 생각 10개를 묶어 '작은 묶음'을 만들었습니다.

이 작은 묶음 10개가 모여 1개의 '중간 묶음'이 되고, 다시 중간 묶음 10개가 모여 1,000개 부품으로 이루어진 '전체 묶음'이 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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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전화가 와서 생각의 행위자 1개가 무너져도 해당 가지 한 부분만 썩을 뿐입니다.

전체 구조가 무너지진 않죠.

이 구조를 활용한 기획 예시로, 진격의 거인에 나오는 프리츠 왕과 에르빈을 들어보겠습니다.

프리츠 왕이 템푸스라면, 에르빈은 호라입니다.
프리츠 왕, 에르빈

진격의 거인에서 프리츠 왕과 에르빈은, 같은 정보 체계를 가지고 정반대의 기획을 합니다.

이들이 활용한 정보 체계는 거인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의 나라인 에르디아국이었습니다. 사람을 정보로 본다는 게 낯설기도 합니다.

하지만 인지심리학자 대니얼 레비틴은 조직을 전체로 보면 하나의 거대한 정보 저장소이며, 그 안에 속한 개개인은 전문성을 가진 신경 네트워크 역할을 한다고 보았죠.

그렇다면, 조직이 정보 체계를 만드는 이유는 뭘까요?

혼자서는 도달하기 어려운 바라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입니다.

프리츠 왕은 강력하고 잔인했던 거인 종족인 에르디아인이 세상에서 멸종당하는 미래를 바랐습니다.

반면, 에르빈은 프리츠 왕의 기획을 뒤집어, 멸종당할 뻔한 에르디아인을 멸종시키지 않기 위한 미래로 나아갔죠.

둘이 가진 힘에는 차이가 있습니다.

프리츠 왕에게는 시조의 힘이라는 에르디아인의 기억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었지만, 에르빈에게는 없었습니다.

이 차이를 앞서 예로 든 천 개의 부품을 가진 시계를 조립하는 일에 비유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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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왕은 900개 부품을 한 번에 잇는 신과 같은 능력이 있지만, 에르빈은 평범한 인간이라 부품을 한 번에 하나씩 연결해야 합니다.

하지만 프리츠 왕의 기획은 실패한 반면, 에르빈의 기획은 성공했죠.

프리츠 왕은 단일 구조로 기획을 짠 반면, 에르빈은 병행 다발 구조로 기획을 짰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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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츠 왕은 자기 능력이 통하지 않는 나머지 100개 부품에 일일이 기름칠을 해 주어 연결하거나, 필요 없다면 제거하는 방식을 썼습니다.

반면, 에르빈은 천 개 부품을 여러 다발로 나눠 조립하는 방식을 썼죠.

이 차이가 성패를 갈랐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프리츠 왕은 단일 구조가 아니라, 병행 구조처럼 보이는 단일 구조로 기획했습니다.

얼핏 보면 왕정과 나라를 지키는 3개 병단으로 구성된 병행 구조처럼 보이지만, 이 구조는 진실을 숨기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었죠.

실제 프리츠 왕의 기획 성공에 필요했던 조직은, 자기 뜻을 계승하는 진짜 왕정, 그리고 이 왕정이 부와 명예로 기름칠해 둔 가짜 왕정, 그리고 왕정의 명을 따라 비밀리에 필요 없는 부품을 제거하는 중앙헌병단이었습니다.

단일 구조 기획 방식은 한 부분이라도 깨지면 실패하기에, 프리츠 왕은 철저히 비밀을 관리해야 했죠.

반면, 에르빈은 프리츠 왕의 단일 구조 기획이 지닌 약점을 찾아 무너뜨린 후, 병행 구조로 에르디아국을 재편집했습니다.

에르빈은 쿠데타로 가짜 왕정을 잘라내어, 눈속임에 가까웠던 병행 구조가 실제로 제 기능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단일 구조로 왕가 쪽에만 실려 있던 힘을 3개 병단이 나눠 가질 수 있는 구조로 바꾼 거죠.

에르디아국이 병행 구조가 되면서, 조사병단은 헌병단, 주둔병단, 왕정과 소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사병단은 벽을 지키는 주둔병단이 있었기에 벽 밖에서 에르디아인의 멸종을 노리는 거인을 제거하러 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 중앙헌병단이 비밀리에 가지고 있던 화약 기술을 지원받아, 뇌창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쓸 수 있게 되었죠.

프리츠 왕이 기획한 에르디아국은 조사병단 혼자서 멸종을 막기 위해 애쓰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하지만 에르빈이 개편한 새로운 조직에서는 헌병단, 주둔병단, 왕정이 서로 소통해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었습니다.
나무 하나가 아닌, 숲을 관리하자

이처럼 상황이 복잡해지면 단일 구조에서 병행 구조로 기획을 진화시켜야 합니다.

한 경로가 막히면, 다른 경로를 통해 지원을 받아 새로운 해결책을 구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To be Continued
이번 콘텐츠에서는 생각의 조직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살펴보았는데요.

다음 콘텐츠에서는 에르빈 단장을 통해 전시 상황에서 어떻게 빠르게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지 함께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